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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를 먹었다. 이 계절이 오면 으레 먹으러 갔던 곳이었기에 기대는 없었다.
아니다. 정정해야겠다.
갔던 곳을 또 가는 행위에는 이전에 방문했던 때와 같은 맛과 서비스를 기대한다는 말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전의 느낌이 아무것도 나질 않았다.
비가 오는 날이기에 지는 노을을 보며 새우를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인건지
고작 일 년 만에 나라는 인간의 주관이 바뀐 건지
아니면 그 가게 주인이 바뀐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새우와 맥주를 먹고 근처 카페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했다.
평소에 만나던 애들, 몇 년 후에 봐도 어색하지 않은 애들의 특징은
특별한 대화주제가 없어도 잘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스타도 안 하고, 숏츠도 잘 안 보고, 유튜브도 게임 유튜브만 봐서..
유행이라고 말할 것들에 둔해진 게 사실이다.
(청모.. 예카..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나? 난 이번주에 처음 들어봤다.
청모는 청설모나 청년모임이 아니라 청첩장 모임이고 예카는 예쁜 카페다.
아직도 왜 줄여서 부르는지 모르겠다.)
근데 이 친구들이랑 놀면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는 것도 좋고, 나보다 한두 살 어리지만
생각이 깊은 친구들이라 배울 점도 많아서 재미있다.
이런 날들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지만.. 만나고 있는 동안엔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살고 싶다.
요즘 보는 책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와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있다.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이 있으면 줄을 치고 포스트잇을 달면서 읽는데,
독후감을 쓰기 전에 줄친 부분들을 다시 한 번 읽어가며 생각을 정릭하고 있다.
시지프 신화는 재미있게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걸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 않아 다시 한 번 읽고 있는데,
알게 되니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내일 태풍이 분다던데 월요일엔 화창하기를 기도해 본다.